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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구 웅동 매립지와 그 건너 앞바다와, 저 멀리 거가대교가 내려다 보이는 남문동 흰돌메공원. 봄이면 온갖 화려한 꽃들이 피어나고 여름이면 우거진 숲 속에서 맑고 상큼한 공기를 내뿜고, 가을이면 발갛게 단풍물이 들고 겨울이면 하얀 운치가 매력있는 곳이다.흰돌메공원과 주변 가볼 만한 곳./다음지도흰돌메공원은 경남도가 경남미래 50년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진해글로벌테마파크 조성지 인근에 있다. 게다가 한참 조성 중인 부산신항이 바로 앞에 있고. 북컨테이너 부두와 웅동 배후단지 역시 개발될 계획이어서 앞으로 더욱 인기 있는 공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공원이기도 하다.그런데, ‘흰돌메’가 무슨 뜻일까? 순수 우리말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면 바로 눈치를 챘을 쉬운 우리말이다. 하얀돌산을 말한다. 굳이 한자로 하면 ‘백석산’이다. 흰돌메공원이 있는 산이 예전에 백석산이었다고 한다. 공원이름 공모를 하면서 ‘흰돌메’란 이름을 찾았단다.주차장에서 바라본 육교.주차장 입구에 세워진 푯돌.전망대에 적힌 '흰돌메공원'.평일엔 한산한 편이다. 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연녹색 구름다리가 눈에 띈다. 다리와 연결된 탑처럼 생긴 연녹색 건물은 빨간 모자를 머리에 얹은 듯하다. 공원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주차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수년 후 인근의 주민들이 많이 찾을 것을 대비해 계획한 듯 주차면 수는 넉넉했다.흰돌메공원으로 가려면 구름다리를 건너야 한다. 연녹색 탑으로 가다 보면 바로 옆에 관광안내소가 있다. 그리고 쉼터와 화장실 등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마음이 편해진다.주차장 끝에는 ‘횐돌메공원’이란 큰 조형비석이 서 있다. 녹색의 산 위에 흰돌, 그리고 구름을 형상화했다.구름다리를 건너려면 탑처럼 생긴 건물 안으로 들어가 회전 계단을 걸어 올라야 한다. 빙글빙글 두어 바퀴 돌아 올라가면 구름다리를 만난다.구름다리 건너편으로 나무데크로 꾸민 계단이 보이고 전망대 앞엔 ‘흰돌메공원’이란 글씨가 보인다. 구름다리, 일렁이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아래로 자동차들이 간간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재미가 있다.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웅비대.산제비나비가 꽃댕강나무꽃에 앉아 꿀을 빨아먹고 있다.다리를 건너서 그리 많지 않은 데크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웅비대’란 나무로 조성한 전망대를 만난다. 웅비대란 이 시설도 시민 대상 명칭 공모로 얻은 이름이다. 웅천과 웅동의 행정구역에 신항만의 비상하는 진해를 관망할 수 있는 곳이란 뜻에서 지었다고 한다.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진해의 미래를 점치기에 충분하겠다. 신항만 매립지에는 한창 공사 중이고 바다에는 거대한 해상크레인이 떠 있다.살짝 오른쪽으로 연도가 보인다. 연도는 이제 육지와 연결되어 섬이랄 수 없게 되었다. 연도에는 유명한 민속놀이가 있다. 여성들로만 구성된 연도상여소리가 그것이다. 놀이의 핵심이 상여를 배에 싣고 가는 것인데, 이제 육지가 되었으니 좀 그렇겠다.웅비대에서 나오면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주변으로 꽃나무들이 울창하다. 전망대 끄트머리 옆에 꽃댕강나무가 하얀 꽃잎을 팝콘처럼 터뜨리고 있다. 산제비나비가 주위를 팔랑거리며 꿀을 빨아먹고 있다. 나폴나폴. 한곳에 오래 머무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전망대를 지나 산으로 오르려면 이 문을 지나야 한다.숲속 산책길.산책길에서 만난 두꺼비.나무데크를 따라 조금 더 산 쪽으로 걸어가면 웬걸? 문이 하나 있다. 산으로 들어가려면 이 문을 지나야 한다. 문이란 다른 세상과 통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사물인데, 흰돌메 입구에 이런 문이 있다는 것이 묘한 상상력을 자극한다.문을 지나 산을 오르면, 만화영화에서처럼 어떤 동굴을 지나면 뜻밖의 신천지가 펼쳐지듯 그런 느낌이다. 우거진 숲으로 난 오솔길.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기면 온갖 동물들이 나타나 말을 걸어줄 것 같고 나무 뒤에 숨은 풀잎과 꽃들도 까르르 웃을 것만 같다.5분쯤 걸었을까 길 가운데 두꺼비가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좀체 길을 비켜줄 생각을 않는다. 나그네는 앉으며 나직히 말한다. "좀 지나갈 수 있을까?" 그제야 두꺼비는 엉금엉금 길 가장자리로 비켜준다. 꼴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듯하다. 그것도 인연이라고 나그네는 두꺼비와 기념촬영도 했다. 둘의 무덤덤한 표정. 둘 다 사람 같거나 아니면 두꺼비 같거나 하다.산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체력에 맞게 적당히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면 된다. 오르내리는 연인들이 종종 보인다. 나비들도 짝을 지어 이꽃 저꽃을 춤을 추며 옮겨 다닌다.문을 지나 내려오면 전망대. 하늘이 보이고 바다가 보이고 한참 공사 중인 신항만이 보인다.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다.흰돌메공원만 다녀와도 좋지만 이왕 간 김에 주변 볼거리를 둘러볼 양이면 황포돛대 노래비와 안골왜성, 웅천도요지 전시관, 그리고 웅천읍성 정도 가보면 좋겠다.황포돛대 노래비. "마지막 석양 빛을 깃 폭에 걸고/ 흘러가는 저 배는 어디로 가느냐/ 해풍아 비바람아 불지를 마라/ 파도 소리 구슬프면 이 마음도 구슬퍼/아 어디로 가는 배냐 어디로 가는 배냐/ 황포 돛대야."노래비 앞에 있는 버튼을 발로 꾹 누르면 이미자 음성으로 노래가 흘러나온다. 노래비 옆에는 오래된 팽나무가 있다. 보호수다. 가지가 넓게 퍼져 있어 그늘도 넓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그대로 모아 그늘에 뿌려주는 듯하다.안골왜성. 황포돛대 노래비에서 왼쪽 바다 건너편에 있어 좀 둘러가야 한다. 부산방면으로 가다가 우회전하여 안골 무궁화공원을 지나 짤은 터널을 벗어나면 바로 오른쪽이 웅천안골왜성 입구다. 시멘트로 포장되지는 않았지만 주차공간은 넓은 편이다.안골왜성은 경남도 문화재자료 제275호다. 벽이 높은 곳도 있고 낮은 곳도 있는데 대략 높이 3∼8m다. 둘레는 1250m, 넓이 약 5000평(1만 6500m²정도)이다. 자료를 보면 가덕도의 왜성과 약 4㎞ 거리로 임진왜란 때 가토(加藤嘉明) 등 왜군의 장수들이 쌓고 매년 교대로 수비하였다고 한다. 역사 공부 삼아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웅천도요지 전시관. 도요지라 함은 청자나 백자 등 도자기를 굽던 가마터를 말한다. 이곳은 조선 전기에 만들어 그릇을 굽던 도요지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것은 사발이다. 특별한 기교와 무늬가 입혀지지 않은 그야말로 실용적 그릇을 만들었던 곳이다.웅천도요지는 1997년 1월 경남도 기념물 제160호로 지정되었으며, 문화재 발굴과 복원 사업이 진행돼 2011년 11월 23일 웅천 도요지 전시관이 개관했다고 한다. 전시관에는 발굴 유물 전시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대상으로 당시의 상황을 알기 쉽게 설명해 놓은 3D 애니메이션 상영도 하고 있으며 도자기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웅천읍성. 진해구 성내동에 있다.이 웅천읍성은 조선 초 세종 16년에 만들어진 읍성이다. 조선 전기 왜인에게 개항한 삼포 중 하나인 제포와 가까이 있어 이들로부터 읍면을 보호하고자 축조되었다고 한다.삼포왜란 때 동문이 소실되기도 했으며 세월이 흐르면서 상당 부분 훼손이 되었지만 일부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동벽 약 400m와 남벽 70m를 보존하고 지난해 동쪽과 남쪽 성벽 일부와 동문인 견룡문, 옹성, 해자, 조교, 치성, 수구 등을 복원했다. 복원 이후 홍보가 많이 되어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15.09.07.김해에서 살다 보면 유적지를 만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입니다. 산책하다가, 등산하다가, 또 는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고분과 문화재들. 이를 통해 새삼 금관가야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김해 구산동 백운대 고분, 경상남도 기념물 제223호로 지정되어 있다.오늘 소개할 곳은 김해 구산동에 있는 백운대 고분입니다. 행정구역상 구산동인 이곳은 동상동 롯데캐슬 아파트 1단지 맞은편 큰 대로변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뒷산인 분성산 등산로와도 가까워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잠시 들르기도 하는 곳입니다.백운대 고분으로 오르는 길, 대로변에 있어 찾아가기 쉽다.몇 해 전 백운대 고분을 처음 찾았을 때, 한창 분성산과 사랑에 빠져 나 홀로 등산도 마다치 않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문득 이곳 백운대 고분을 찾아봤습니다. 정돈된 공원 같기도 하고 구릉인지 무덤인지 정체가 궁금해 불쑥 이곳으로 발길을 돌려봤습니다.계단을 오르면 바로 몇 미터 앞 백운대 고분이 보인다.그날의 기억을 되뇌며 아이와 함께 백운대 고분을 다시 찾았습니다. 돌계단에 올라서면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아늑한 느낌이 이곳 고분을 감싸는 듯합니다. 현재 백운대 고분은 무덤 1기만이 있으며 무덤 바로 앞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여러 바위가 호위무사처럼 무덤 앞에 전진 배치되어 있습니다.6세기 말경으로 추정되는 무덤은 경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덤의 형태이다.무덤보다 높은 지대에는 벤치를 조성해둬 휴식공간이자 훌륭한 전망대가 자리합니다. 무덤 바로 앞쪽에서 바라보면 분산성과 천문대가 있는 분산, 이 지역 사람들은 분성산이라고 흔히 부르는 산자락이 고분을 감싸 안은 형국입니다.백운대 고분 조사과정이 안내판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백운대 고분은 김해에서는 드물게 봉토분의 형태를 보입니다. 출토유물과 구조를 통해 6세기 말의 무덤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흔히 경주에서 볼 수 있는 신라 시대의 무덤 형태입니다.이곳은 1999년 8월 경상남도 기념물 제223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금동제 장신구와 각종 토기, 철기 등의 유물이 출토된 것으로 보아 무덤의 주인은 지배층이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백운대는 호젓한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전망대로 휴식하기 좋다.백운대(白雲臺) 고분 그 이름의 연유는 알 수 없지만, 지대가 높아서 붙인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수로왕비릉과 구지봉, 내외동과 임호산 등 김해 시내가 한눈에 보입니다. 출토유물에서도 무덤 주인의 신분은 지배계층으로 짐작되는데 망자가 되어서도 김해지역의 미래를 생각했던 사람이었을 것 같습니다.수로왕비릉과 구지봉, 낙동강을 낀 김해평야와 임호산 등 김해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백운(白雲), 흰 구름 혹은 오고 가고 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흰 구름이 머무는 높은 곳, 또는 오고 가는 높은 곳, 이곳 무덤 주인의 신분이 높은 것인지 짐작해봤습니다. 무덤 주인 덕에 훌륭한 전망대에서 서서 잠시 김해를 호령했던 영화로움을 상상해 봅니다.
15.08.31.여항면 내곡리에서 시작한 함안천이 악양루 바로 앞 남강을 만나는 곳에 기역 자로 꺾여진 둑이 있다. 이 둑길 양옆으론 형형색색의 꽃들이 일직선으로, 마치 70년대 국빈이 방문했을 때 도로 양쪽에 나열하여 국기를 흔들며 환영하던 그 인파처럼 꽃잎을 흔들고 있다.함안뚝방길이다. 이 길이 연결된 방죽은 길다. 함안과 의령 창녕의 방죽을 합하면 338킬로미터란다. 그 긴 길을 큰맘 먹고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마는 도심생활에 지친 사람이라면 하루 두세 시간 정도 잠깐 시간 내어 쉬엄쉬엄 걸으며 상념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위성사진./네이버지도차를 몰고 찾아왔다면 함주공원에서 함안대로를 따라 악양마을 쪽으로 무조건 직진하여 직선 길이 끝날 때까지 가면 뚝방길을 만난다. 그 거리는 5.7킬로미터다.이산화탄소 가득한 지구별. 신이 노했는지 자연이 놀랐는지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유월 하순. 지난 22일 잠시 짬을 내어 지난 봄 화려한 꽃으로 블로거들을 유혹하던 양귀비가 있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뚝방길 가운데 쯤에 경비행기 교육장이 있다.경비행기와 까치의 기싸움?이미 뚝방길에서 뭇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던 꽃양귀비는 화무십일홍 올해 한 세월을 풍미하고 꽃잎을 떨어트리고 있었다. 붉은 꽃양귀비와 함께 푸른 잎의 수레국화, 노란 금계국 등도 얼추 화장을 벗고 진한 갈색의 씨앗들을 통통히 살찌우고 있었다.다만, 해바라기를 닮은 루드베키아와 작은 해바라기들은 군락을 이루어 이제야 제철인양 진노란 얼굴을 드러내며 여행객을 반긴다.뚝방길은 그리 길지 않다. 풍차가 있는 주차장에서 서쪽 길끝까지 1.3킬로미터, 동쪽 꺾어진 지점까지 1킬로미터. 총 2.3킬로미터, 차가 있는 곳으로 다시 와야 하므로 왕복 5킬로미터 정도를 걷는다고 생각하면 되겠다.조금 더 시간이 있는 여행자라면 동쪽 뚝방길을 끝까지 걸어가서 악양교를 건너 ‘처녀뱃사공’ 노래비를 보고 악양가든을 지나 악양루를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꽃양귀비.구절초와 나비.대부분 꽃양귀비가 화려한 시절 다 보내고 몇몇 젊은(?) 아이들이 마지막 자태로 카메라 눈을 유혹하는 뚝방길을 따라 서쪽으로 마냥 걸었다. 꽃잎은 떨어졌어도 꽃은 꽃인 모양이다. 벌, 나비, 잠자리가 그들을 외면하지 않는다.길 가운데엔 검은 천으로 포장(?)을 해놓았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던 5월 방죽 흙길에 먼지가 일지 않게 조치한 것일 게다.원두막 삼형제.혼자 걷는 길에 잠자리와 나비가 길동무다. 이들의 춤을 보고 걷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래도 길 중간 쯤에 나란히 앉은 원두막 삼형제가 발길을 붙잡는다. 마지못한 척 퍼질러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본다.바람을 느낀다. 반갑다. 뚝방길에 올라서면서부터 느꼈던 부담스러움. 유월 태양의 열렬한 환영이 정말 부담스러웠는데 원두막 마루에 걸터앉으니 다소곳한 바람이 선녀처럼 합죽선으로 살랑살랑 부채질해주는 듯도 하다.해바라기 뒤로 루드베키아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뚝방길 왼편 루드베키아 군락을 만났다. 노란 꽃잎들이 가뭄 끝에 물맛을 보았는지 빙그레 웃으며 해바라기 흉내를 낸다. 루드베키아 군락 앞에 해바라기 식구들이 줄을 지어 있다. 아직 어린 해바라기들이다. 그렇지. 함안 강주마을은 해바라기 축제로 유명한 곳이다. 8월이면 그곳, 해바라기로 바다를 이룬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법수면사무소 방향으로 7.8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8월이면 뚝방길에 코스모스도 키재기를 하며 쑥쑥 자랄 시점이겠다. 이곳 뚝방길은 5월 꽃양귀비, 9월 코스모스로 여행객들을 유혹하는 곳이다.꽃 계절의 중간에 찾아와 망막에 맺히는 화려함은 없어도 시원한 하늘과 산과 물, 그리고 주위를 맴돌며 온갖 기교를 부리며 춤추는 나비와 잠자리가 있으니 이것이 낭만이 아니고 무엇이랴.벌써 코스모스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돌아 오는 길에 멀리서 보이는 풍차.뚝방길 끝을 찍고 되돌아오는 길. 왔던 길이 지겨우면 강변길을 따라 걸어도 되겠다. 하지만, 이 길은 물이 차면 갈 수 없는 길이다. 뚝방길을 따라 돌아오는 길도 상념으로 채우면 전혀 지겹지 않다. 좀 전에 만났던 원두막 삼형제를 다시 보게 되고 여전히 춤을 추며 유혹하는 나비와 잠자리. 그리고 멀리 보이는 풍차.돌아보면 먼 거리인 것 같아도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동쪽으로 1킬로미터 새로운 기분으로 걸어도 되겠다. 아니면 차량을 이용해 ‘처녀뱃사공’ 노래비가 있는 곳으로 와서 어떤 사연이 서렸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처녀뱃사공 노래비 뒤쪽에 숨어있는 스피커.“낙또옹가앙 강빠아라아~암이 치마폭을 스으치이~면…” 술좌석에서 노래 부르는 이가 이젠 거의 사라졌지만 아직도 나이 지긋한 사람들에겐 노래방 애창곡이 바로 ‘처녀뱃사공’이다. 한 번이라도 와봤던 사람이라면 처녀뱃사공 이 노래의 사연을 잊지 않을 듯하다.지금은 방송 출연이 뜸하긴 하지만 한때 ‘나는 행복합니다’ ‘별이 빛나는 밤에’ 등을 불러 온 국민의 심금을 울렸던 윤항기와 ‘여러분’을 불렀던 윤복희 남매의 아버지가 ‘처녀뱃사공’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그들의 아버지인 윤부길이 유랑극단을 이끌고 이곳에 왔다가 처녀 뱃사공의 이야기를 듣고 작사했고 ‘빈대떡 신사’ 한복남이 작곡한 노래가 바로 ‘처녀뱃사공’이다. 황정자 목소리의 노래가 어디선가 들려온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소리를 찾아 가보니 아하, 나무 뒤에 큰 스피커가 숨어있다.노래 한 곡 정도 주변을 둘러보며 감상하고 길 건너편 악양가든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악양루로 가려면 이 식당을 지나야 한다.악양루에서 보이는 뚝방길.악양루는 높지 않은 절벽 위에 지어졌다. 지금이야 난간이 있어 안전하다지만 옛날엔 겁이 나서 어찌 마루 끝에 앉았을까 싶다. ‘악양루’ 편액을 찍으려 해도 자세가 영 마뜩찮다. 함안천 건너편에서 찍으면 잘 나오려나.악양루 내부에는 많은 글이 걸려있다. 대부분 한시다. 물론 악양루중수기 등 짓게 된 사연이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한문 실력이 상당한 분이라면 주련의 글귀를 읽으며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는 재미도 괜찮겠다.
15.06.23.창원시 성산구에 사림동과 반림동, 반송동과 용호동 주택단지들로 둘러싸인 야트막한 산이 하나 있다. 해발 130미터의 높이여서 ‘산’이라고 하기에 애매한 구석이 있다. 그냥 구릉이라고 보면 되겠다.그래서 산 이름 없이 그냥 ‘반송공원’이다. 60만 제곱미터가 넘는 넓이인데, 사방 둘레에 아파트 등의 주택단지가 형성되어 있다 보니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게다가 공원 내에 족구장을 비롯한 지압보도, 편백림 쉼터, 체육시설, 식수대, 화장실, 압축공기 분무기 등의 각종 편의시설이 있고 소나무, 편백나무 등 피톤치드를 발생하는 침엽수 뿐만 아니라 밤나무 참나무 등 활엽수와 영산홍, 치자나무, 꽃댕강나무, 녹차나무 등도 산책로 주변에 식재되어 있어, 특히 이 봄날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의 기분을 돋우는 듯하다.이 공원은 도심에 있는 낮은 구릉이라 그런지 산책하기 그다지 어렵지 않은데, 그렇다고 평지를 걷는 것처럼 간단하지도 않다. 등산하는 기분을 충분히 느낄만큼 오르막도 있고 또 그만큼 내리막도 있기 때문이다.대개 반송동 쪽 사람들이 많이 찾긴 하지만 사림동 쪽에서도 산책로를 찾아 숲길로 들어서는 주민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사흘간 비가 땅을 적시고 난 뒤의 화창한 어느날 오전 사림민원센터 버스정류소 옆에 있는 공원 산책로로 들어섰다.산책로 입구 앞에는 창원천이 흐른다. 이 창원천 수변길을 따라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도 제법 있다. 입구 체육시설에는 어르신들이 몸을 풀고 있다. 공원 진입로에 접어들었다.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바깥 세상과는 사뭇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우거진 숲, 낙엽 가득한 흙길이 등산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반송공원 입구.조금 걸어들어가면 경사진 길에 흙이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통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이쪽으로 걸어오르는 산책객은 별로 없다. 대부분 계단 옆길을 이용해 경사진 길을 오른다. 길은 꼭 깊은 산속에서 능선을 타고 오르는 느낌이 득게 한다.입구에서 5분도 채 걸어 들어가지 않아 반송공원의 이 구릉이 얼마나 침식과 풍화에 노출됐는지 발견하게 된다. 크게 골이 생기고 능선이 형성된 지형이 아니다. 능선을 따라 걷다가 옆으로 보면 열 걸음 옆에 또 다른 능선길이 있다. 골짜기를 다라 걸어갈 수도 있다. 그야말로 큰 산의 축소판이다.10분 쯤 걸었을 때 상당히 가파른 길을 만나고 이 길을 올라서면 건강길의 종점을 만난다. 건강길은 럭키반림아파트 뒤에서 현대아이파크 뒤편까지 이어지는 1.2킬로미터의 포장된 산책길이다.방향을 정상으로 잡았다. 먼저 정상으로 갔다가 서쪽으로 내려가면서 건강길로 해서 한바퀴 돌아보는 코스다. 건강길 종점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이 지점에 편백나무가 무성하다. 북쪽 계곡으로 편백나무들이 날씬하게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다.편백나무쉼터.이곳에 이정표가 있다. 네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데, 남쪽 방향은 반림현대아파트로 향하고 서쪽은 반송공원 정상, 북쪽은 퇴촌삼거리, 그리고 동족은 용호동 주택지라고 표시되어 있다. 이정표 꼭지에 빨간 테두리를 한 시계가 장식되어 있다. 그런데 이 시계는 5시 45분을 가리킨 채 거동이 없다. 이곳에 들어선 이상 시간을 잊으라는 메시지일까.이곳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심하게 경사진 길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또 계단에는 밧줄이 난간처럼 이어져 있어 잡고 오를 수도 있다. 평지를 걷다가 오르막을 걷다가 하다보면 금세 정상에 다다르는데, 정상에 가까워진 곳에 대숲이 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도 댓잎들이 요란하게 떠드는 듯하다.정상은 북쪽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반 개활지다. 정병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봉림동, 봉곡동, 지귀동에 주택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다. 정오의 봄 햇볕이 연한 황토빛 흙 위에 따사로이 내려앉아 세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늘 산책을 나온다는 할머니들은 정상으로 올라오는 계단이 높지 않았으면 좋았을 건데 하며 아쉬움을 드러낸다.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봉곡동 주택단지.공원 구릉의 정상은 편백길의 시점에서 450미터 떨어진 곳이며 종점까지 810미터를 남겨놓은 지점이다. 이제부터 하산길이 시작된다. 그렇게 경사진 길은 아니다. 터벅터벅 걷는 재미가 있는 길이다. 길은 밤나무 숲을 지난다. 어느 정도 걸어내려가면,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은 봉곡동쪽이며 왼쪽 길은 럭키아파트 방면이다.공원을 한바퀴 돌아볼 요량이면 왼쪽 길로 내려가야 한다. 통나무로 지탱해놓은 계단들을 또 만난다. 얼마 걷지 않아 아파트 한 면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숲을 벗어난 것이다. 럭키아파트 뒤편에 아이들의 놀이시설과 작은 운동장이 갖춰져 있어 주민들이 즐겨 이용할 것 같다.럭키아파트 뒤편 소나무와 영산홍이 잘 조성된 산책길.가로수 터널로 시작되는 건강길 초입부.지금까지 이어진 편백길이 자연 속의 길이라면 이제부턴 인공의 길이다. 바닥에 탄성바닥재를 깔았다. 분홍과 붉은색의 영산홍이 길가에 도열해 산책꾼들을 반긴다. 공원 주변 아파트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강아지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함께 산책을 즐긴다. 많은 사람들을 접해서 그런지 낯선 사람에게도 전혀 경계심이 없다.산책을 즐기는 견공.건강길 시작점에서 5분도 채 되지 않아 오른쪽에 자그마하게 조성된 녹차밭이 있다. 잎을 하나 떼어 코에 가져다 대면 녹차향인지 동백잎 향인지 모를 향기가 콧속으로 흘러들어온다. 건강길 시작점에서 600미터 정도 걸으면, 길의 중간지점이 되는데, 또 이정표를 만난다.바로 경사진 위쪽으로 오르면 반송공원 정상(240m)이고 반대쪽으로 4분 걸어가면 반송초등학교가 나온다. 현대아이파크도 여기서 250m 정도로 4분이면 닿는다.현대아이파크 뒤편엔 다양한 시민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음용수대를 비롯하여 정자, 그늘밴치, 족구장, 지압보드, 유격훈련장에나 있을 법한 놀이시설이 붉은 탄성바닥에 설치되어 있다.현대아이파크 뒤편 지압보드 시설.숲에서 어치 한 마리가 포르르 날아와 쓰러진 나무기둥에 앉았다.이제 건강길 종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키큰 가로등이 길을 따라 비추고 있어 야간에도 이 산책길은 주민들에게 인기 있을 것 같다. 산새들의 지저귐이 정겹다. 어치 한 마리가 이 가지 저 가지를 옮겨 날아 앉더니 쓰러진 나무 기둥에 내려앉았다. 자그마한 게 귀엽다. 걸음을 다시 길을 따라 옮기다 보면 까치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듯 길가에 내려앉아 총총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다.거동을 하지 않는 이정표 시계. 편백길 종점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반송공원 편백길과 건강길을 따라 걸으면서 곳곳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세월아, 네월아 하는 마음으로 걸어서인지 2시간이 족히 걸렸다. 딴짓하지 않고 건강 걸음으로 부지런히 걷는다면 1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비가 온 뒤라 그런지 몰라도 숲속의 공기가 도심 가운데 있는 공원임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 주말이면 떨어진 동네 주민들이라도 한 번씩 찾아와 편백의 피톤치드를 맡으며 ‘힐링’해보면 그 아니좋을까 싶다.
15.04.22.봄볕이 따스하다.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주말을 ‘방콕(방에 콕 처박혀 지내는 일)’한다면 너무 아까운 날들이다. 멀리 나가기 머뭇거려진다면 가까운 도심의 산책로라도 거닐어보면 어떨까? 주택으로 꽉 들어찬 도심이라도 주변에 한가로이 산책할 만한 곳이 곳곳에 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못할 것 없음이니.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박물관 광장과 주변 산책로에는 2010년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에 발표됐던 10개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몽고정 맷돌과 실물을 그대로 복사한 월영대, 그리고 13인의 시비 등 천천히 거닐며 감상할 만한 것들이 있어 주말 두어 시간 한가로이 보내기는 딱 좋은 산책 코스다.추산야외조각미술관 안내 입석.조각 미술품 위치도.마산박물관 앞에 몽고정 맷돌이 있다. 몽고정이란 우물은 자산동 3·15의거 기념탑 옆에 있다. 고려 충렬왕 때 원나라가 일본 정벌을 위해 합포에 군사를 주둔시켰는데 군사들에게 물을 공급하고자 만든 우물이다. 원래 이름은 ‘고려정’이었다.마산박물관 앞뜰에 전시해놓은 몽고정 맷돌.몽고정 맷돌은 지름이 1.4m의 원형으로 된 돌이다. 원래 회원 성지에 있는 것을 박물관 앞으로 옮겨 놓았다. 생긴 모양으로 보아 전차의 수레바퀴라느니 대형 약연(약재를 가는 기구)이라느니 하지만 다량의 군량미를 가는 데 썼던 맷돌로 보는 게 정설이란다.연자방아처럼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안내문에는 이 맷돌이 고려와 원나라의 일본정벌 전진기지로서의 흔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어 전시한다고 설명되어 있다.월영대 모조 석물과 13인의 시비.월영대와 13인의 시비. 몽고정 맷돌 옆에 있는 것으로 고운 최치원과 관련이 있는 석물들이다. 월영대는 마산 해운동에 있는 것으로 이곳에는 원래 모양 그대로 만들어 전시한 것이다. 최치원의 자가 ‘고운’ ‘해운’인데 해운동의 ‘해운’이나 부산 해운대의 ‘해운’도 최치원의 자에서 따온 이름이다.월영대는 높이 210㎝, 폭 35㎝ 규모의 입석으로 ‘月影臺’라는 글자는 최치원 선생이 친필로 쓴 해서체 글이다. 주변에 둘러 있는 13인의 시비는 왼쪽에서부터 정지상, 김극기, 채홍철, 안축, 이첨, 정이오, 박원형, 서거정, 김극성, 정사룡, 이황, 신지제, 정문부 등 13의 것으로 한시가 비석에 새겨져 있다.이들 시는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동문선’ 등 각종 문집에 있는 것으로 그 내용과 서체를 그대로 옮겨 새긴 것이라고 한다.이 중에서 고려문신 정지상의 시를 소개하면, ‘푸른 물결 아득하고 돌이 우뚝한데/그 안에 봉래학사 노닐던 대가 있어/소나무 오래된 제단가에 풀이 우거졌고/구름 낀 하늘 끝에 돛배 오누나/백년 풍류에 시구(詩句)가 새롭고/만리 강산에 한 잔 술을 마시네/계림 쪽으로 고개 돌려도 사람은 보이지 않고/달빛만 부질없이 해문(海門)을 비추네.’ 최치원의 학문을 흠모하는 마음이 오롯이 들어 있는 시다.세키네 노부오 작 ‘Phase of Nothingness’.추산야외조각미술관. 미술관이라고 적혀 있으나 조각공원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맨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세키네 노부오라는 일본 작가의 스테인리스와 자연석 작품인 ‘Phase of Nothingness’다. 사각의 스테인리스 스틸 기둥에 얹힌 거대한 바위는 마치 공중에 부유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고 설명해 놓았는데, 공중에 떠 있는 고인돌 같다는 느낌이다.장뤽 빌무스 작 ‘빛이 있는 공간’.그 다음 눈에 들어온 작품은 장뤽 빌무스의 ‘빛이 있는 공간’이다. 역시 스테일리스 스틸로 만들었으며 둥글게 배치한 가로등을 표현했다.데니스 오펜하임 작 ‘폭포’.데니스 오펜하임의 ‘폭포’는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 작가는 조각과 건축을 결합하는 쪽으로 주로 작업하는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모색하는 환경미술 분야의 주역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이 분수조각은 기존 원형 분수에 신소재를 이용해 빛과 물을 융합한 작품이라고 한다.박종배 작 ‘못과 大地(대지)’.다음 작품, 황동으로 된 큰 조형물 쪽으로 걸어가 보면, 박종배의 ‘못과 大地(대지)’란 작품을 만난다. 이 작품은 팽이 모양의 유선형 볼륨과 그 안에 박힌 사각형의 입방체가 결합된 구조물로 두 개의 다른 정서가 하나로 합쳐진 것을 나타냈다. 작품 설명을 보면, ‘두 개의 상반된 상황 안에 생존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이라고 한다.피터버크 작 ‘Head Space’.마산박물관 주변을 둘러보고 맞은편 계단을 내려가면, 사람 얼굴 모형을 한 스테인리스 구조물이 보인다. 피터버크의 ‘Head Space’란 작품이다. 컴퓨터 3D 프린팅 기법과 리이저 커팅 기술, 그리고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질감을 십분 활용한 것이란다. 야누스의 얼굴처럼 양면적인 모습을 띠면서 신비로운 공간체험을 할 수 있는 조형물이다.여기서 계단으로 더 내려가면 한적한 산책로가 나온다. 계단을 밟고 몇 걸음 내려가다 보면 나무 위에 지은 판잣집이 눈에 띈다. 땅만 보고 걸으면 발견할 수 없으리라. 이게 뭘까? 새집 같기도 한데 그러기엔 너무 크다.가와마타 타다시 작 ‘나무오두막’.산책로 곳곳에 설치된 쉼터.가와마타 타다시의 ‘나무오두막’이란 작품이다. 새처럼 이런 곳에서 하루쯤 보낸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오두막으로 오르는 줄이나 사다리가 있었다면 벌써 올라갔을 호기심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가와마타 타다시는 생선상자 나무로 조형물을 만드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계단을 어느 정도 내려오면 곳곳에 쉼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잠시 쉬었다가 왼쪽 산책로를 따라가면 왕루엔의 ‘삼각자’를 만난다. 역삼각형으로 세워져 있다. 스테인리스 재질의 거대한 자다.왕루엔 작 ‘삼각자’.숲 속에 난 산책로.여기 설치된 삼각자는 문명의 척도를 상징하지만 눈금의 숫자를 교묘하게 왜곡시킴으로써 규범화된 문명의 위상에 대한 풍자와 비판적 시각을 나타냈다고 안내문이 설명하고 있다.여기서 다시 방향을 되돌려 걸어가면 산책로 가운데 놓인 돌다리를 만난다. 그런데 돌에 알아볼 수 없는 한자가 음각으로 적혀있다. 순간 알 수 없는 한자에 자신의 무식함을 한탄한다. ‘이런 한자가 있었나?’ 그렇게 돌다리를 밟으며 끝까지 걷는다.쉬빙 작 ‘石-經’.쉬빙 작품에 등장하는 한자 제자 원리.돌다리 끝에 안내판이 있다. ‘石-經’. 중국 작가 쉬빙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 특징은 ‘뜻을 알 수 없는 한자를 개발하고 이를 형상화했다’고 적혀있다. 아하! 무슨 글자인지 알 수 없었던 게 당연한 거였다.박석원 작 ‘積意-2010-바람’.숲 속 산책길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올라오면 주차장 쪽에 큰 돌기둥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積意-2010-바람’이란 제목의 박석원 작품이다. 벽의 구조와 물성을 표현한 것으로 조합된 단위들이 상호의존적 관계를 통합해 하나의 단일성을 이루게 한 작품이란 설명이다. 화강석으로 만들었다.로버트 모리스 작 ‘LABYRINTH’.이 ‘돌벽’ 맞은 편으로 햇살에 번쩍거리는 삼각형 울타리가 있다. 처음엔 무슨 시설물인가 했는데 미술작품이다. 로버트 모리스의 ‘LABYRINTH’란 작품으로 안과 밖을 연계하는 공간과 장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유도한다는 게 작가의 의도란 설명이다. 미로를 따라 꼬불꼬불 걸어다니는 재미가 있다.이렇게 이곳의 미술작품은 모두 둘러봤다. 여기서 멈추면 뭔가 허전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제대로 된 산책으로 종결지으려면 바로 뒷산에 있는 회원현성지를 둘러보아야 한다. 문신미술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가파른 언덕길이 나온다. 마침 봄이라 쑥을 캐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있다.회원현 성지 산책로.동백이 화사한 회원현 성지 산마루에 망루가 보인다.이 언덕 꼭대기엔 회원현 성지 망루가 있다. 바로 아래에 동백이 햇볕바라기를 하고 있다. 신선한 바람이 옷깃을 세웠다 눕혔다 한다. 마산항과 멀리 마창대교, 도심의 주택들, 그리고 뒤편 무학산 줄기, 또 저 멀리 장복산 줄기.마산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풍경이 가슴을 확 열어준다. 그 옛날 골포국 이래 신라와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끊임없이 창궐했던 왜구들이 들어왔던 길목이 그대로 드러난다.망루에 올라서면 펼쳐지는 풍경.망루에 올라 따사한 봄 햇볕과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모든 시름을 내려놓고 스스로 풍경이 되어 서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했던가 산들거리는 봄바람도 계속 마주하다 보니 추위를 느낀다.다시 내려오는 길. 가파른 길이라 내려다보며 걸을 수밖에 없지만 간간이 고개 들어 주위를 돌아보면, 아이들과 함께 산책 나온 사람들,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 강아지와 장난을 치는 사람…. 주택으로 둘러싸인 도심에서 예술작품도 감상하고 이렇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또 하나의 즐거움 아닐까.
15.03.24.